셀프세차장에 가면 누구나 고압건 앞에서 한 번쯤 망설입니다. 흙과 먼지를 순식간에 날려 주니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자동차처럼 해도 괜찮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토바이에는 고압세척기를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겉에 물이 닿는 것과 센 압력으로 부품 틈새까지 물을 밀어 넣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 제조사도 고압수는 말립니다
혼다는 공식 안내에서 셀프 시설의 고압수 분사를 피하라고 설명합니다. 강한 수압이 부품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야마하는 사용설명서에서 고압세척기와 스팀세척기 사용을 금지합니다. 수압이 지나치면 휠 베어링(바퀴가 부드럽게 돌게 하는 부품), 브레이크, 구동계 씰, 전기장치 안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물 자체를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조사가 권하는 방식은 약한 수압으로 오염을 헹구고, 부드러운 천이나 스펀지로 닦아 내는 것입니다.
고압건을 멀리서 쏘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거리 기준은 모든 차종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습니다.
■ 물줄기를 피해야 할 곳

휠 중심부와 씰 주변에 센 물줄기를 몰아 쏘면,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 부품 속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를 씻을 때도 고압수는 피해야 합니다.
계기판, 스위치, 배선 연결부, 커넥터도 조심할 대상입니다. 평소 비를 견디도록 만든 부품이라 해도, 고압수에 잠기는 상황까지 버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흡기구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입구이고, 그 안쪽에 에어클리너가 있습니다. 여기로 물이 들어가면 흡기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안이 잘 안 보인다고 차체 속으로 물줄기를 밀어 넣어서는 안 됩니다.
머플러 배출구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 부식이나 시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과 전기장치가 있는 자리도 물을 직접 맞히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 씻는 순서
먼저 주행을 마친 엔진과 머플러가 충분히 식었는지 확인합니다. 뜨거운 부품에 갑자기 물을 끼얹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씻기 전에 캡과 커버가 제대로 닫혀 있는지도 살펴 둡니다.
흙이나 벌레 자국이 심한 곳은 젖은 천으로 먼저 불려 줍니다. 이어서 오토바이용으로 쓸 수 있는 순한 세정제와 부드러운 스펀지, 또는 미트(손에 끼는 닦기용 장갑)로 오염을 걷어 냅니다.
세정제가 남지 않도록 약한 물줄기로 헹구되, 흡기구와 배기구, 전기장치 쪽에는 물을 직접 들이밀지 않습니다.
시설에 고압건밖에 없더라도 꼭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압 호스나 손으로 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작업하는 쪽이 제조사 지침에 더 가깝습니다.
무광 도장이나 코팅 부품이라면 세정제와 관리용품이 맞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 다 씻었다고 바로 출발하지 마세요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제동력이 잠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 씻은 직후에는 평소처럼 달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브레이크 레버와 페달의 감각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안전한 장소에서 저속으로 브레이크를 간헐적으로 작동해, 제동이 정상인지 살펴봅니다.
제동력이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한 소음이 계속되면 일반 도로 주행을 미루고 원인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광택제나 방청 스프레이가 브레이크 마찰면과 타이어 접지면에 묻지 않게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체인 구동 바이크라면 체인에 남은 물기를 닦아 내고 적절히 윤활합니다. 물기와 오염이 그대로인데 윤활제만 계속 덧뿌리는 것은 좋은 관리법이 아닙니다.
시동을 걸기 전에는 계기판, 방향지시등,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봐 두면 좋습니다. 물기를 뺀 직후 시동이 불안정하거나 경고등이 켜지고 전기장치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단순한 물기 탓으로 단정하지 말고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 마무리
오토바이를 씻는 목표는 센 물줄기로 한 번에 깨끗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부품 특성에 맞게 오염을 부드럽게 걷어 내고, 씻은 뒤에도 정상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데까지가 한 번의 관리입니다.
처음 씻어 주는 바이크라면, 내 차종 사용설명서의 세척 주의사항부터 펼쳐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