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도 된다, 오히려 권장된다
긴 내리막에서는 엔진브레이크와 앞·뒤 브레이크를 함께 쓰는 것이 정상적인 주행법입니다.
혼다는 긴 급경사에서 브레이크만 계속 잡지 말고 엔진브레이크와 나눠 쓰라고 안내합니다.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쓰면 과열되고, 과열되면 제동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단, 엔진브레이크는 기어를 확 낮추고 높은 rpm으로 버티는 기술이 아닙니다. 속도에 맞는 기어를 고르고, 스로틀을 닫았을 때 생기는 감속력을 쓰고, 모자란 만큼만 브레이크로 보태는 겁니다.
▶ 브레이크만 쓰면 패드와 디스크가 고생한다
신호 앞에서 한 번 감속하는 것과 산길을 몇 분씩 내려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긴 내리막에서는 스로틀을 닫아도 중력 때문에 속도가 계속 붙습니다. 이걸 브레이크로만 눌러 내려오면 패드와 디스크가 열을 계속 받습니다.
혼다 매뉴얼도 긴 급경사에서의 지속적인 제동을 피하라고 명시합니다. 심하게 과열되면 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스로틀을 완전히 닫았는데도 계속 빨라지고, 속도를 유지하려면 브레이크를 거의 놓지 못한다면 지금 기어가 경사에 비해 높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 단계 낮추는 걸 고려해볼 때입니다.
▶ 다만 속도가 높을 때 내리는 건 위험하다
엔진브레이크를 더 걸겠다고 빠른 상태에서 낮은 기어를 넣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속이 커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야마하는 속도가 충분히 줄기 전에 낮은 기어를 선택하면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거나 엔진이 과회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엔진과 구동계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기준은 몇 단을 내리느냐가 아니라, 지금 속도에서 그 기어의 엔진 회전수를 받아낼 수 있느냐입니다.
기어비와 레드존은 차종마다 다릅니다. 시속 몇 km에서 몇 단이라는 공식은 모든 바이크에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 엔진에 무리가 갈까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스로틀을 닫았을 때 생기는 엔진브레이크 자체는 이상 현상이 아닙니다.
혼다 오너스 매뉴얼은 스로틀을 닫으면 엔진브레이크가 차를 감속시키고, 더 큰 감속이 필요하면 낮은 기어를 쓰라고 설명합니다. 적절한 속도와 기어에서 쓰는 엔진브레이크가 엔진에 나쁘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탈이 나는 건 과도한 다운시프트 쪽입니다. 고속에서 충분히 감속하지 않고 몇 단을 한꺼번에 내리면 뒷바퀴에서 엔진 쪽으로 큰 백토크가 전달됩니다. 백토크는 뒷바퀴가 엔진을 거꾸로 돌리려는 힘을 말합니다. 그 순간 엔진 회전수가 급격히 치솟을 수 있습니다.
클러치를 놓을 때마다 차체가 울컥하고 뒷바퀴가 튄다면 엔진브레이크가 잘 걸리는 게 아닙니다. 다운시프트 타이밍과 클러치 연결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 슬리퍼클러치는 만능이 아니다
요즘 바이크에는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가 흔합니다. 급한 다운시프트에서 생기는 과도한 백토크를 줄여, 뒷바퀴가 튀거나 미끄러지는 현상을 완화하는 장치입니다. 혼다와 가와사키 모두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기능입니다.
그렇다고 무리한 다운시프트가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줄여주는 건 클러치 쪽 백토크일 뿐, 어떤 속도에서든 낮은 기어를 넣어도 엔진이 과회전하지 않는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야마하도 회전수가 너무 높을 때 낮은 기어를 넣는 행위 자체를 경고합니다.
장치가 있어도 순서는 같습니다. 먼저 감속하고, 회전수가 내려오면 필요한 만큼만 내립니다.
▶ 내리막에서의 실전 판단
산길에서 긴 내리막을 만났다고 해보죠.
지금 기어에서 스로틀을 닫았을 때 속도가 유지되거나 조금씩 줄어든다면 더 낮은 기어는 필요 없습니다.
브레이크를 놓자마자 속도가 다시 붙고, 레버와 페달에 계속 힘이 들어간다면 한 단계 낮은 기어가 한결 편합니다.
기어를 내릴 때는 브레이크로 속도를 먼저 줄이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야마하 매뉴얼도 스로틀을 닫고 앞·뒤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쓴 뒤,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낮은 기어로 내려가라고 안내합니다.
엔진브레이크가 걸린 뒤에도 브레이크는 필요한 만큼 보조로 씁니다. 긴 내리막에서 목표는 브레이크를 아끼는 게 아니라, 브레이크 하나에 감속을 전부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 코너 직전에는 기어보다 속도가 먼저
내리막 코너가 다가오는데 진입 속도가 빠르다면, 코너 안에서 수습하려 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혼다는 가능하면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속도를 줄이고 앞·뒤 브레이크를 함께 쓰라고 안내합니다. 급제동이나 과도한 다운시프트는 차량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명시합니다.
브레이킹으로 필요한 속도를 먼저 만들고, 그 속도에 맞춰 기어를 고르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기어부터 내려 엔진브레이크로 속도를 끌어내리는 방식은 노면이 미끄러울 때 특히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 비 오는 내리막은 더 부드럽게
젖은 노면, 모래, 낙엽 위에서는 타이어가 쉽게 미끄러집니다. 혼다는 이런 노면에서 제동거리가 길어지니 제동에 더 신경 쓰라고 안내합니다.
이런 곳에서 낮은 기어를 갑자기 넣으면 뒷바퀴에 급격한 감속력이 걸립니다. 야마하가 과도한 다운시프트의 뒷바퀴 접지력 상실을 경고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마른 노면에서는 아무렇지 않던 다운시프트가 젖은 노면에서는 거칠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내리막에서는 한 번에 큰 감속을 만들지 말고, 브레이크와 기어를 모두 부드럽게 다루세요.
▶ 엔진브레이크냐 브레이크냐, 고를 필요 없다
내리막 주행을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로 보면 답이 어긋납니다.
일반 제동에서는 앞·뒤 브레이크가 주된 감속 수단이고, 엔진브레이크가 옆에서 속도를 함께 잡아줍니다. 혼다도 최대 제동 효과를 위해 앞·뒤 브레이크를 함께 쓰라고 명시합니다.
긴 내리막에서는 엔진브레이크의 비중이 커집니다. 경사에 맞는 기어로 기본 속도를 눌러두면 브레이크는 필요한 순간에 여유 있게 쓸 수 있습니다. 짧게 감속하거나 급히 줄여야 할 때는 엔진브레이크만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잡고 있다면 기어를 돌아보세요.
낮은 기어를 넣었는데 차체가 거칠게 흔들린다면 다운시프트 타이밍을 돌아보세요.
▶ 요약
긴 내리막에서 엔진브레이크를 쓰는 건 정상적인 주행법이고, 제조사도 브레이크와 함께 쓰라고 안내합니다.
브레이크만 계속 쓰면 과열로 제동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높은 속도에서 무리하게 저단으로 내리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과도한 다운시프트는 뒷바퀴 접지력 상실, 엔진 과회전, 구동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슬리퍼클러치는 백토크를 줄여줄 뿐, 무리한 다운시프트까지 안전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젖은 노면에서는 브레이크와 다운시프트 모두 평소보다 부드럽게 다루는 편이 안전합니다.